임신을 하면 뱃속의 아기를 생각해서 음식을 잘 챙겨먹으려고 하는데, 그와 동시에 체중이 너무 많이 늘까봐 음식을 막 먹기가 겁나기도 합니다. 임신 초기에 입덧으로 고생을 하고 나면, 입덧이 끝날무렵부터 의식적으로 잘 챙겨먹으려고 들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입덧 끝나고 먹덧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론 아예 처음부터 먹덧을 하게 되어 임신 초반에 체중이 확 늘기도 합니다.
1. 임신 후 자연스런 체중 증가에 기여하는 요소들
임신한 상태에서 뭔가를 특별히 잘 챙겨먹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임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늘기 마련인데요. 뱃속의 아기와 태반, 양수 외에도 임신 관련해서 늘어나는 체중에 기여하는 요소들은 몇 가지가 더 있지요. 다음은 통상적으로 임신 막달까지 일어나는 체중 증가에 기여하는 요소들의 항목별 최대 무게입니다.
태아 체중: 3.2 ~ 3.6kg
태반 무게: 470g ~ 700g
양수 무게: 900g
자궁 크기 증가: 900g
혈류량 증가: 1.4kg ~ 1.8kg
체액량 증가: 900g ~ 1.8kg
유방 크기 증가: 450g ~ 1.4kg
임신 유지 및 모유 수유를 위한 체내 지방 축적량: 2.7 ~ 3.6kg
위 항목들은 임신을 했을 때 필연적으로 추가되는 무게들인데요. 모두 합치면 대략 11~15kg 정도는 늘기 마련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위 항목들 중 임신부의 몸에서 일어나는 체지방 축적은 임신을 유지하고 모유수유를 위한 것 외에도 식생활 패턴에 따라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지방 축적량이 있을텐데요. 이것 때문에 임신부마다 개인차가 상당히 크게 일어날 수 있어요.
아무튼 대략적인 평균치만 놓고 보면, 임신 막달까지 총 11~15kg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는데요. 임신 전 BMI가 어땠냐에 따라 권장하는 적정 체중 증가량이 달라져요.
2. 임신 전 BMI에 따른 적정 체중 증가량
위 수치들은 절대적인 건 아니라서 다른 출처에선 적정 증가 체중 수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데요. 정확한 수치보단 대략적인 맥락을 이해하시는 게 중요해요. 즉, 임신 전에 저체중이었으면 임신 후 최대 18kg까진 정상으로 보고, 임신 전 정상 체중 범주에 속했다면 임신 후엔 최대 16kg 정도 느는 게 좋고, 임신 전에 과체중이었다면 임신 후 최대 11kg가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며, 비만인 상태로 임신한 경우라면 막달까지 최대 9kg가 넘지 않는 게 좋다는 거죠.
3. 임신 후 과도한 체중 증가가 자연분만에 미치는 영향
임신을 하고 나서 필연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체중보다 5~10kg 이상 증가한 경우 “과도한 체중 증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과도한 체중 증가가 일어난 경우 어떤 점에서 안 좋다고 하는 걸까요?
체중이 너무 과하게 늘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건, 음식으로 섭취한 영양소가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보다 몸에 저장되는 게 훨씬 많다는 얘기이구요. 이를 두고 “대사 효율이 떨어졌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인체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하지 못하고, 이미 과잉 상태에서 계속해서 더 쌓아두기만 하니까요.
1) 거대아
이렇게 에너지 소비량보다 저장량이 너무 많으면, 복부 지방 조직에서 지방 세포가 인슐린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구요. 이것은 곧 임신성 당뇨병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가 되죠. 임신부가 임당에 걸리면 태반을 통해 공급되는 포도당도 과다해져서, 과도한 혈당에 노출된 태아는 엄마의 골반이나 질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질 수 있어요.
2) 어깨 난산
태아가 다소 애매하게 큰 상태에선, 태아의 머리까진 엄마 골반을 통과하게 되더라도 태아의 어깨가 엄마의 치골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걸 “어깨 난산 혹은 견갑 난산“(shoulder dystocia)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이미 머리가 골반을 통과한 상태라 응급 제왕을 하기도 곤란해서 통상적인 경우보다 회음부 절개를 더 크게 해야 하고, 아기 몸을 빼내는 과정에서 태아 곤란증이나 쇄골 골절, 흡인성 폐렴 등이 일어날 수 있어요. 산모의 경우는 치골 결합 부위가 10mm 이상 벌어지는 “외상성 치골 결합부 이개”로 산후에 엄청 고생하게 되구요. 자궁 경부 열상, 질벽 혈종, 회음부 손상, 방광 기능 장애 등 심각한 산도 손상을 겪게 돼요.
3) 태아의 자세 문제
태아의 몸집이 너무 커지지 않더라도, 임신부의 과도한 체중 증가는 임신부의 골반과 주변 연조직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데요. 골반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로 인해 태아는 정상위를 취하기 어려워져서 둔위(역아 자세)나 옆으로 누운 가로 자세, 혹은 OP(태아가 엄마의 배쪽을 보고 있는 자세로 흔히 ‘하늘 보는 자세’라고도 합니다) 포지션을 취하기도 해요. 이러면 자연분만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하구요. 자분을 하더라도 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4) 너무 느린 진행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는 임신부의 신체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어서, 이런 여분의 무게가 골반 구조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게 되는데요. 이것은 출산 중에 태아가 엄마 골반 안쪽으로 내려오는 걸 늦추게 되고, 그만큼 산모는 너무 긴 시간 동안 진통을 겪게 되어 굉장히 괴롭고 힘든 분만을 하게 됩니다. 마치 명절 귀성길 고속도로의 정체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것과 같은데요. 이런 경우 산모가 진통 하다 너무 지치게 되면 호흡을 잘 못하게 되고, 그로인해 태아에게 공급되던 산소량이 부족하게 되면 태아 곤란증을 비롯해서 여러모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5) 회음부 파열 및 과도한 절개
임신을 하고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거대아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큰 아기를 낳게 되기 마련인데요. 태아가 커지는만큼 태아가 엄마 몸을 빠져나올 때 산모의 회음부에 상당한 압력이 가해져서 회음부 파열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요. 통상적으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연분만을 할 때, 회음부 파열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질 입구를 넓히기 위한 회음부 절개를 하게 되는데요. 아기가 다소 크면 회음부 절개도 좀더 크게 할 수밖에 없어서 분만 후 회복 과정이 무척 괴롭고 불편하게 되죠.
6) 도구 사용으로 아기의 외상 가능성 증가
앞서 언급한 회음부 파열 및 절개 문제는 산모가 받게 되는 데미지라면, 아기는 아기대로 데미지를 입을 수 있는데요. 태아가 자력으로 엄마 몸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돼서, 의료진에 의해 강제로 꺼내지는 과정에서 겸자나 진공 추출 같은 시술을 하게 될 수 있구요. 요즘 우리나라에선 겸자보단 주로 진공 추출을 하게 돼서 겸자를 쓸 때보단 아기가 다치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아기를 꺼낼 때 도구를 쓰게 되면 그만큼 아기가 다칠 위험이 증가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7) 산후 합병증 위험 증가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대사 효율이 심하게 떨어진 상태라는 의미인데요. 여기엔 꽤 복잡한 생화학적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구요. 그 중엔 복부 지방 조직에서 혈관 속으로 대량 방출되는 유리지방산과 염증인자 문제가 산후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게 돼요. 그래서 분만 과정에서 손상된 산도와 회음부가 산후에 아물고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구요. 대사 효율 불량으로 에너지가 산후 회복에 제대로 쓰이지 않아, 산후 회복이 상당히 더디고 예상치 못한 여러 합병증이 생길 위험성이 높은 편이죠.
이상으로, 임신 후 과도한 체중 증가가 자연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내용이 다소 무시무시 하다보니, 자칫.. 이미 늘어난 체중에 대해 너무 자책을 하거나 좌절감이 들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혹시나 정말 그런 마음이 든다면, 괜한 자책을 내려놓으시기 바라구요.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식단과 생활 루틴을 시작하신다면, 얼마든지 순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순산하는 길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글에선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가 제왕절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인데요. 위에 열거된 거대아, 어깨 난산, 태아 자세 문제, 너무 느린 진행, 회음부 파열 및 과도한 절개, 아기 외상 가능성 문제, 산후 합병증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해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건 괜찮은지, 과도한 체중 증가가 제왕절개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